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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일기

허니듀 ‘친애하는 공포에게', 이양희 ‘헤일’, 다나카 기누요 '연애편지'

by 22세기소녀 2021. 1. 10.

2021년 1월 9일 토요일. 추워.

전시를 봤다. 극장 갈 일이 줄었기에 메모해 둔 전시를 보러 갔다.

1. <허니듀 개인전> ‘친애하는 공포에게’(Dear Fear)는 예상대로 짜릿했다. SM을 다룬 전시인데 시각, 청각으로 제대로(?) 느끼고 왔다.

전시장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감옥 구조에 검정 시트 장치가 보이고 쇠창살에 각종 도구가 걸려있다. 한 쪽에서는 SM(으로 추측되는) 가이드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SM 세계에 대해 모르므로 잘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입구의 검정 방음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둠의 공간이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어떤 여성의 독백 같은 음성만 들린다. 암순응에도 적응이 되지 않아 나갔는데, 어떤 커플이 나오기에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다시 들어가 보았다.

중앙에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앉아서, 하는 말을 들었다. 어느 여성의 SM 플레이 경험담이었다. (나는 여성으로 상정했다) 여성은 어렸을 때부터 납치와 감금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 있었고 성적 노예가 되고자 한다. 한 남성을 통해 실행에 옮기게 된 여자는 명령대로 안대와 정조대, 수갑을 차고 차 트렁크에 들어가 어딘가로 가게 된다.

전시 공간인 아웃사이트는 반지하 차고지에 있다. 때문에 작가의 의도가 제대로 구현된다. 밖의 소음소리도 그대로 효과를 배가시킨다. SM 플레이에 호기심 있는 관객이 찾는다면 짜릿한 자극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플이 나가고 나 혼자 관객이었기에 더욱 두렵고 짜릿한 전시였다. 어후. (전시 지킴이가 없음) ★★★

아웃사이트 가는 길의 혜화칼국수

2. 아웃사이트 감금으로부터 탈출, 근처에서 밥을 먹었다. 제육볶음. 어젯밤에도 먹을 게 없어 수입 고기를 구워 먹었는데 또 고기를 시켰네. ‘동육 반복의 회피’를 생각지 못했다.

밥을 먹고 맥도널드 커피를 들고 다음 행선지인 낙원상가까지 걸어갔다. 초행길로 갔는데 이런 곳에도 카페가 있었다. 뭐,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걸로 봐선 있을 만하다.

d/p(낙원악기상가 417호)

낙원악기상가 4층에 있다는 d/p는 낙원 시절의 서울아트시네마 맞은편에 있었다. 아, 여기가 갤러리로 쓰이고 있구나.

전시 마지막 날에 보게 된 이양희 개인전 ‘헤일’(HAIL)은 지나쳤으면 정말 후회했을 뻔했다. 역시 휴대폰 불빛으로 입구를 찾은 ‘헤일’은 여러 무용수의 안무를 삼면의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그 춤이 익숙한 듯 세련되고 아름다워서 (90년대 활동하던 나미와 붐붐, 현진영과 와와, 서태지와 아이들 같은 가수의 댄스가 연상되었다) 세 번 정도를 반복해서 보고 나왔다. ★★★★

*음악도 정말 훌륭했는데 찾아보니 모과, 홍초선, DJ SAL이 협업한 사운드라고 한다.

*이양희 안무가 현장 퍼포먼스 있으면 꼭 보러 가야지.

3. 서울아트시네마로 이동. ‘감독 다나카 기누요 + 움직이는 여성들’ 기획전에서 대배우 다나카 기누요(田中絹代)의 감독 데뷔작인 <연애편지>(恋文, 1953)를 보았다.

16mm로 촬영되었고 화질이 썩 좋지는 않았는데 당시 여성 감독으로서 촬영 현장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멜로 라인에 오즈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귀여운 개그 코드도 간간이 들어가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연애편지 대필을 소재로 한 ‘시라노 드 벨쥬락’으로 흐르는가 싶던 영화는 두 남녀(모리 마사유키, 구가 요시코)의 순애보를 그린다. 주인공 동생과 카가와 쿄코 쪽의 중고서점 러브 라인도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살리지 않았다. (기노시타 게이스케 감독이 각본을 썼다고 한다.) 아쉬웠다.

모리 마사유키 배우만 보면 한국 배우 정성모가 떠오른다. 모리 마사유키는 예쁘고 맘씨 착한 여자 마음 아프게 하는 재주가 있다. 나쁜 남자. ★★★

*다나카 기누요도 고객으로 출연한다. 잠깐의 출연으로도 장악하는 힘이 엄청나다.

*1954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되었다.

*옛 시부야 상점가를 볼 수 있는데, 시부야 크게 좋아하지 않지만, 코로나 때문에 더욱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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