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창작2 퇴근 무렵, 크리스마스 이브 퇴근 무렵, 크리스마스 이브 이종열 창을 통해 눈송이 몇 개가 날아들어왔다 퇴근을 준비하던 팀원들은 고개를 길게 뺀 채 신기한 듯 첫눈을 바라보고 있다 성탄절 카드를 돌리고 있던 막내 한미라씨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제 손톱끝을 보세요. 봉숭아물이에요」 팀원들은 외투를 챙겨입고 서둘러 퇴근을 한다 사무실은 돌아가야 할 집만큼이나 쓸쓸하다 눈덩이는 더욱 커져만 간다 그녀도 이젠 퇴근을 하려나 보다 손끝의 영화표 두 장이 더욱 떨리고 있다 오늘만큼은 용기를 내야한다. 하지만 나는 결국 쪽지밖에 쓸 수 없는 바보다 「저어, 감기약 사주세요」 콜록거리며 쪽지를 건넨다 그녀가 빙그레 웃는다 다가와 손을 내밀더니 캐롤 쏟아지는 거리로 이끈다 감기약 병뚜껑을 따 손에 쥐어준다 그녀의 맑은 눈을 바라보며 「.. 2015. 12. 14. 기억 1 - 밥과 아버지를 추억함 기억 1 - 밥과 아버지를 추억함 이종열 식구들이 찬밥을 끓여 저녁을 먹고 있었다. 조각난 창문엔 살빠진 겨울달이 걸리고 아랫목 이불 속엔 아버지 밥이 숨겨져 있다. 오래 앓은 감기로 누워 있는 이불 속 나는 발가락으로 아버지 밥의 온기를 짜릿하게 느꼈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엄지발가락부터 차례로 찍어 보고 새끼발가락이 닿을 즈음 비틀 아버지 냄새가 났다. 찬바람과 함께 아버지 향수 내가 역하게 몰려와 문지방서 양말을 깁던 어머니는 지구의 자전에도 휘청거리시는 아버지를 부추기셨다. 이불속 내가 기어이 밥뚜껑을 여는데 성공할 즈음 향수 내만 풍기면 천하장사가 되는 아버지가 신문지 같은 어머니를 구겼다. 순간 어머니가 힘없이 고꾸라지더니 공중엔 밥눈이 나리고 방바닥엔 동치미 국물이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나.. 2015. 12.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