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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영화일기

[그녀가 부른다] 현실에서 진경 같은 여자에게 다가갈 수 없다

by 인생은 덕질 2014. 1. 4.

2014.1.3
<그녀가 부른다>를 보다.

 

 

오랜만에 보는 윤진서 영화. 2007년, 지금은 없어진 한 영화제에서 윤진서를 만난 적이 있다. 하루 종일 영화를 보고 나온 그녀에게 사인을 받은 후 기념촬영까지 요구했는데, 거절을 했었다. 오늘 <그녀가 부른다>를 보는데 그 때 기억이 났다.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온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젊고 똑똑하고 예쁜 영월의 영화관 매표직원이 홀로 자취를 한다! 그런 여자가 있다면 당장 영월에 월세방을 알아보겠다. 하지만 예술은 말이 안 될 것 같은 것을 설득시키는 일 아닌가. <그녀가 부른다>는 다소, 문학이나 연극이었다면 더 괜찮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주는 영화적 내공이 조금은 부족한 작품이지만 완결된 자기 얘기를 하고 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이러저러한 사랑을 해본 사람이기에 자연스레 영화 속 진경(윤진서)의 마음과 하나가 되었다. 개인사를 감춘 채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외롭지 않은 척 한 날도 많았기에 진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진경 같은 여자에게 다가갈 수 없다. 여전히 진경 같은 여자에게 끌리지만 어두운 여자, 많이 외로운 여자가 싫다. (내가 안 피우므로 담배 피는 여자도 싫다) 내 경우에 그들은 가족 분열로 인해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사랑을 갈구했고 실패를 반복했다. 자기도 모르게 부모의 못난 행동을 따라하는 이도 있었다. 이기적이고 편협된 생각일 수 있지만 앞으로 내가 누군가를 다시 만난다면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따뜻하고 긍정적인 사람이었으면 한다. 

 

 

영화 말미, 진경은 마음을 열며 자기를 고쳐보지 않겠냐고 남자에게 말한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고로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남자도 비슷한 뉘앙스로 대답을 했는데 과연, 둘은 잘 됐을까?  [★★★]

 

씨네파크 위치 단서1_엔딩크레딧

씨네파크 위치 단서2_주소

씨네파크 위치 단서3_Daum 지도

씨네파크_영화 장면

 

※덧붙이기
1. 오래된 영화관에 관심이 많아 혹시라도 영월에 가면 가볼까 해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씨네파크 영화관을 검색해봤는데 존재하지 않았다. 엔딩크레딧 장소협조에 열거돼 있는 영월대교회가 유력한 장소 같아 찾아보니 긴가민가했다. 화면을 다시 돌려보며 매표소 장면의 전화번호를 단서 삼아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 영화가 끝날 때쯤 도로명 주소(중앙1로 35)가 나와 Daum 지도로 찾아보니 영월대교회로 확인됐다.

 

 

2. 다시 돌려보며 장면 장면을 보는데 고증과 장면에 대한 디테일이 꽤 꼼꼼하고 치밀했다. 가령, 진경이 홀로 영화를 보는데 그 영화는 가족의 비밀 속에 부모와 나를 돌아보는 내용의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부지영 감독)이다. 물론 매표소 포스터에는 그 영화가 상영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옥의티도 있었다. 씨네파크 1, 2관에서 상영중이라는 <연가시>와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15세이상관람가인데 모든관람객관람가로 되어있고 서울특별시 극장협회로 되어있다. 영월은 강원도 아닌가.

 

 

3. 매표소에 붙어있는 좌석배치도는 지금은 폐관된 드림시네마(구 화양극장) 것이 아닐까?

 

 

4. 진경이 도서관에서 여러 권의 책을 대여한 뒤 엄마와 통화하며 건성으로 보는 책은 허경진의 <작은남자>이다. '신세대 부부의 일과 사랑, 그리고 성문제를 통해 날마다 왜소해지는 남편의 뒷모습을 그려낸 우울한 풍경화 같은 소설'이라는 이 책은 영화와 동떨어져 보이지 않는데, 누가 골랐을까?

 

 

5. 여고생 은진 역을 맡은 문희라는 봉중호의 영화 두 편에 출연했다. <괴물>에서 단역 폰카녀로, <마더>에서 살해당한 여고생 문아정으로 나왔다. 

 

6. 김종찬의 '산다는 것은'이 주제곡. 누이가 참 좋아했던 노래인데 다시 들으니, 가사도 가사지만 아버지 목소리 같은 그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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