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1일
11년 전 산 책(2004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훈 ‘화장’)을 영화로 인해 이제야 읽었다. 내가 사둔 책이 전부 영화화 되어야 한다.
아침 벚꽃길 걸어 <분노의 질주: 더 세븐>(메가박스 백석, 마스킹)을 보았다. 미친 액션 그리고 故 폴 워커 형제들과 완성한 뭉클한 헌사. [★★★]
돌솥비빔밥을 빨리 먹은 후, 같은 관에서 임권택의 102번째 영화 <화장>(메가박스 백석, 마스킹)을 보았다. 영화적 각색도 잘 됐고 삶과 죽음 그리고 욕망을 잘 다뤘다. 솔직히 작품이 좋아서 놀랐다. 그런데 영화관에 사람이 너무 없었다. 김태용의 <만추>를 다시 보며 느꼈던 것처럼 <화장> 또한 무의식 속에서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영화가 더욱 아파온다. [★★★★]
KOFA로 자리를 옮겨 ‘아시프 화제작전’ 섹션의 <내 인생의 물고기> <4학년 보경이> <해변의 깃발> <모델 빌리지> <레퀴엠>을 보았다. 삶의 아이러니와 사랑의 유한성에 대해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
SNS에 올라온 여의도역 벚꽃 인파 동영상을 보고는 씁쓸했다. 좁은 땅덩어리, 주말 밖에는 시간이 안 되는 현실, 남들 하는 건 나도 해야 하는 욕구. 다른 데서 봐도 되고(인근) 다른 즐길거리도 있을 테지만 시간 없고 땅이 좁으니까. 결론은 나도, 소풍가고 싶으다.
4월 12일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KOFA. 프랑수아 오종은 이야기꾼.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들(키친, 만월, 슬픈예감, 달빛그림자)과 이 영화를 함께 보면 더 재밌을 것이다. [★★★★]
이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2015 순회상영전’에서 <삼촌들> <디지털 원주민> <집에 보내는 편지> <절경> <콘트레라스 패밀리> <페스투스>를 보았다. 재미(흥미)를 주지만 아이디어를 확장시키거나 파고들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
피곤했지만 <맵 투 더 스타>까지 이어 보았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정신분석학 수업은 여전히 알쏭달쏭 재밌었다. 줄리안 무어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받았어야 했는데 칸에서 수상해서 안 줬나? <스토커>의 미아 와시코브스카는 미친년 연기의 대가. [★★★★]
4월 15일
회복이 더뎌 오늘은 금주하려 했는데, 비오니 한 잔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매형의 호출을 받고, 처음 가보는 일산 호수양곱창에서 양구이를 먹었다. 가격이 세지만(1인분 22,000원) 요즘말로 존맛. 곁가지 음식으로 나온 아삭한 김치, 상추겉절이, 콩나물무침까지도 나를 돼지로 만들었다. 올해의 음식!
4월 16일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일단 보류. KOFA '이만희 전작전'과 시네마테크서울 재개관 특별전 '장으스타슈&모리스피알라'에 충실하기로 한다. 언제나 그렇듯 맘 바뀌면 뒤늦게 방문할 수도.
4월 18일
오늘도 별 스케줄이 없는 나는 KOFA로. 이렇게 시간은 흐르고.
<지상의 별처럼>, KOFA.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존중하고 지켜봐주는 것이 참 교육. 아미르 칸이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 [★★★☆]
토요일 대학로는 피해야할 것 같아 집으로 돌아가 야구 시청을 할까하는 유혹에 빠졌지만 이내 예매해둔 연극을 택했다. 세월호 관련 광화문 집회로 버스는 돌아갔다.
혼자 왔으면서도 두 자리 티켓을 받고 선돌극장 근처 반찬 집에서 열무야채비빔밥을 먹었다. 반찬 가게라 그런지 음식이 정갈했다. 만족. 식사 후 잠시 이 동네에 사는 상상을 해보았다. 반찬을 사고 가끔 연극을 보고, 집을 예쁘게 꾸미고, 애인 혹은 친구들과 맥주도 마시고.
믿고 보는 대학로 외곽 소극장 연극(나는 오래전부터 이를 ‘오프대학로’라 부르고 있다)인 <사랑을 묻다>는 연기론수업을 하는 겸임교수와 제자의 사랑을 다룬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포개지고 경계를 지우며 사랑, 연극에 대해 묻는 자세가 좋았다. 2015년 서울연극인대상 남자연기상 김용준, 주목하게 된 배선희(살짝 <잉투기>의 류혜영이 연상됐다)가 주연. [★★★☆]
종로 가는 저녁 버스길도 시위로 통제되었다. 할아버지 승객은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지랄한다”고 했고 여중생 승객은 “경찰이 길을 통제한 것”이라며 화를 참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말이 거칠어지자 다른 20대 여성 승객도 “좀 조용히 하시라”며 분을 참았다. 대통령님, 우리끼리 싸우지 않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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