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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영화일기

김기영 감독, 김자옥 주연 <살인나비를 쫒는 여자> “삶은 의지래요”

by 인생은 덕질 2014. 11. 16.

1999.8.14

허리가 아파 갈까 말까 망설이다 에라 모르겠다,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를 보다.

  

 

역시 김기영은 한국영화에서 흔치 않은 작가다. 일관된 스타일이 그걸 말해준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는 심리학적 접근을 두면서 깨는 상상력으로 자기생각을 합리화하기 위해 능력을 부린다.

 

<살인나비를 쫒는 여자>에선 ‘삶의 의지’에 대해 ‘열라’ 강조한다(그의 무의식엔 자기영화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는 결미에 가서 주제를 자막이나 내레이션으로 들려준다거나 주제어구를 자주 반복해 들려준다). 쇼펜하우어의 의지를 말하려는 건지, 암튼 마치 무슨 철학강의를 듣는 듯 어렵다. 솔직히 지루하지만 자주 시청강생을 재밌게 해주기도 하기에 버틸 수 있다.

 

 

의도된 건 아니었겠지만 주로 즐거워지는 부분은 상황의 어색함(뻥튀기 기계 옆에서의 정사-둥그런 뻥튀기가 그들 몸으로 날아와 분위기를 돋운다)과 어설픈 특수효과(묶은 실이 보이는 나비, 말하는 잘린 목, 김자옥 나비, 남궁원 나비-둘은 날개를 단 채 열심히 난다)에서다. 이것은 워낙 매력적으로 유별나 허투루 웃음을 흘리진 못한다. 곰곰이 들여다보면 여기엔 작품과 김기영을 이해할 수 있는 더 많은 함의가 들어있는 것이다. 자, 언젠가 날 잡아 분석해 볼 날이 오길 고대하며 이만 끝. [★★★]

 

※덧붙이기

영화가 끝난 후 나오는 데, 어떤 뽀글뽀글 파마아줌마가 나를 불러 세웠다(첨엔 도를 믿으십니까인줄 알았다). (나처럼)영화를 세편이나 연달아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살인나비를 쫒는 여자>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삶은 의지래요”라고 말하려다 “뭐 꼭 이해하려고 애쓰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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