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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영화일기

[경(Viewfinder)] 디지털세상에 대한 뛰어난 식견과 영화적 직조

by 22세기소녀 2024. 3. 26.

양은용(경 역)

 

201087

왜 출근케 하는지 모르겠는 토요일. 30분 일찍 퇴근해 불볕더위를 뚫고 한국영상자료원으로 갔다. 이제 시네마테크 KOFA(이하 KOFA)는 갈 곳 없는 노인들의 쉼터요, 영화광들의 학교가 된 거 같다. 그리고 가족관객들이 늘고 있다.

 

공예지(후경 역)

 

오늘 '독립영화 재개봉'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이는 <>을 보기 위해 찾은 관객도 KOFA 2관을 절반 이상 채웠다. 7월부터 독립영화전용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KOFA 2관은 그간의 한국 고전 위주 편성에서 나아가 다양한 독립영화를 꾸준히 만날 수 있게 했다. 정부가 간만에 아주 옳고 좋은 일을 했다.

 

 

김정 감독의 <(Viewfinder)>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끌렸으나 게으름으로 인해 개봉 당시에도 놓쳤던 작품. 그런데 이렇게 관람 환경까지 좋은 데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니 고맙고 행복하다.

 

문하인(온아 역)

 

디지털 세상에 대한 진한 먹물 냄새가 나서 영화를 보며 젊은 남자 감독이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중년의 여자 감독이 연출했다. 김정. 아는 사람이었다. 씨네21에서 정성일, 허문영과 함께 종종 글과 사진으로 보던 한예종 영상원 교수이자 평론가인 김소영이 개명한 것이다. 동명의 김소영 감독(<방황의 날들> <나무 없는 산>) 때문인가? 아무튼 내 부족한 공부로 인해 그의 글은 자주 어려웠는데 <>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떠올랐던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처럼 잘은 모르겠지만 보는 내내 좋고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영화였다. 그리고 머리로 만든 흔적이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부분도 상당해서 중간에 괜히 눈가를 적시기도 했다.

 

 

영화에는 독립영화계의 여신 양은용(양용은은 골프선수다)을 비롯해 예쁜 여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왜 예쁜 여자들은 고민이 많고 방황을 할까 잠시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저들은 영화를 이끌지만 비현실적이다라는 느낌도 지우지 못한다. 혼자 여행하는 것은 이해하겠다만 제3세계 노동자와 동거하는 것은 영화에서나 꿈꿔보는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직원도 마찬가지. 지와 미를 갖췄다니, 이 역시 너무나 영화적이지 않은가. 그에 반해 양은용은 억지스럽지 않고 설득력이 있었다.

 

경 GV( 김정 감독, 원승환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 소장)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김정 감독은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마디 하시라는 진행자의 청에 "앞으로 이런 식의 자리는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마도 감독은 초대측의 GV 공지가 있었음에도 상영 후 관객들이 대부분 빠져나가고 행사 도중 자리를 떠서 불쾌했을 것이다. 겨우 6명 정도가 남게된 것이 자존심을 할퀴었을 것인데 그렇다고 남아있는 관객 있는 데서 관객의 태도를 꾸짖는 듯한 행동은 삼갔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나중에 감독을 초대한 영상자료원 측에 따로 얘기를 전해도 되는 것 아니겠는가. 행사측도 미리 숙지했더라면 좋았을 것이 이날 관객들이 GV 도중 빠져나간 것은 영화와 감독에 대한 무관심의 이유도 있었겠지만 바로 옆 관에서 약간의 텀을 두고 상영하는 로베르 브레송의 걸작 <소매치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이유가 컸다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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