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1.27
<팬티 속의 개미: Ants in the pants>를 보다.
입가에 번지는 미소. 이것이 나만의 반응은 아니었을 것이다. <팬티 속의 개미>를 보며 불끈하는 일이 잦았던 중2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여름방학의 경험>이라든가 <개인교수> 같은 선홍빛 영화는 성적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참고서였으며 성적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대개가 어불성설의 정보전달이었지만 그 복음을 굳게 믿었다. 모든 사물이 성적이미지를 입은 왕성한 성욕의 나날들, 은밀한 상상과 함께 꿈이 현실로 다가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그래, 그런 시절이 있었다.
<팬티 속의 개미>는 바로 그 시절 사춘기소년들의 엑셀런트 섹스 어드벤처 스토리이다. 주인공 플로리안이 화분에 잠지를 심기까지, 우리는 잡다한 낭설과 정설을 조우하게 되며 예상치 못한 웃음코드에 눈이 반달모양이 된다. 성에 해박한 듯이 보이는 친구 레드의 솔깃한 귀띔은 대개가 낭설이며, 부모님이 당황해하며 들려주는 얘기는 정설이다. 두 부분 다 상당히 재미있다. 특히 레드의 성적판타지는 대단하며 위험하다. 그러나 여기서 청소년 문제까지 거들먹일 필요는 없다. 그저 남자애들의 지나치게 왕성한 성의식일 뿐. 레드가 조무래기들을 모아놓고 콘돔을 판다거나 스머패트의 비밀을 들려주는 부분은 고개를 끄덕일만한 상당히 건강한 낭설이다.
한편 이 영화는 마냥 웃자고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독일의 현재 성의식을 표면화해 보여주는가 하면 전도된 배우관계(이혼하지 않고 같이 사는 게 오히려 잘못된 것으로 본다), 동성애 인정 혹은 만연, 10대들의 개방적인 혹은 문란한 성관계 등에 대해 문제를 던져놓고 관객들이 생각해주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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