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4일 토요일 폭염
18년 전, 무더웠던 여름의 일이다. <장화, 홍련> 개봉 직후, 촬영지를 찾아 전남 보성에 갔었다. 당시 운영하던 ‘영화일기’ 홈페이지 식구 셋이서 간단한 정보만 쥔 채 수연, 수미 자매를 만나러 갔었다.
칠흑 같은 밤 벌교에 도착해서, 삼겹살에 소주를 먹고, 토하고, 첫차를 타고 <장화, 홍련> 집을 찾아 나섰다.
버스 기사님이 그곳을 안다고 했던 것 같다. 손님은 우리 셋. 열어 놓은 창문으로 들꽃 내음과 새벽 안개가 들어왔다. (<장화, 홍련> OST 상상하며 읽을 것) 어딘가에 내렸고, 동네 분들이 친절히 알려주어 신작로를 걸어서 걸어서, 마침내 그곳에 당도할 수 있었다. (길 알려주신 아주머니께서 재배하던 수박 한 통을 주셔서 무겁긴 했지만 폭염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일본식 목재 가옥으로 지어진 <장화, 홍련> 자매의 집이, 정말 있었다. 외부는 그대로였는데 내부는 폐가가 되어 있었다. 어차피 내부의 대부분은 양수리 세트장(서울종합촬영소)에서 촬영했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버려져 있던 이불이라도 가져올 걸 그랬다. 자매의 공포를 영원히 느껴보게. 으흐흐. 근데 촬영 당시의 소품이 아니라면? 아아아.
집 앞으로는 정말 영화의 동선 그대로 저수지 선착장이 있었다. (<장화, 홍련> OST 상상하며 읽을 것) 따라쟁이 선수답게 남자 둘이서 수연, 수미 장면을 재연하기도 했다.
다음 목적지(<여름향기> 보성 녹차밭 촬영지)로 떠나기 전, 집 우편함에 뭔가 메모를 남겨두고 왔는데, 뭐라 썼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은 그 집, 없어졌겠지?
*<장화, 홍련> 집 세트장 위치_ 전남 보성군 율어면 유신리 유천마을
*원래 세트장은 전남 장성군에 세워질 예정이었으나, 후보지로 선정된 곳이 2002년 여름에 호우로 유실되면서 변경되었다고 한다.
*당시 촬영 사진이 유실되어 최근 ‘**** 영화일기’ 홈페이지 없애기 전 받아놓은 몇 장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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