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요일. 맑음
영자원에서 수작 두 편을 선물 받았다. 한국영화를 적게 본 편이 아닌데, 아직 못 본 작품이 많음을 새삼 깨닫는다. 오래 살아야겠다.
KOFA ‘디렉터스 초이스: 임권택 B-side’를 통해 <나비품에서 울었다>와 <흐르는 강물을 어찌 막으랴>를 보았다. 임권택 영화가 100편 이상으로 많기도 하지만 존재를 몰랐던 작품이다.
<나비품에서 울었다>(1983년)는 로드무비이다. 주인공은 남자와 여자와 자동차. 택시 운전사(이영하)와 옛 애인을 찾으려는 승객(나영희)의 강원에서 충청에 이르는 여정을 보여준다. 단순한 구조임에도 재미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과 풍경을 통해 당시의 현실이 읽힌다. 억압과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픈 시대적 욕망도 잘 드러나 있다. 금일 시네토크에서 밝힌 김홍준 원장(한국영상자료원장)의 말에 의하면 이 영화는 큰 계획 없이 즉흥성으로 찍은 작품이다. (<안개마을>과 동시에 제작되었다) 현장에서 결정하는 감독의 연출 특성을 살려, 장소를 돌아다니며 현장의 조건에 맞게 찍었을 것이다. 내가 알고 있던 임권택 영화에서 벗어나 있는 의외적인 작품이어서 보는 내내 흥미로웠다. ★★★
<흐르는 강물을 어찌 막으랴>(1984년)는 재조명이 시급한 수작이다. 역병 시대의 암울한 사랑을 그린 괴작이기 때문일까? 개봉 당시 본 관객이 많지 않다. 언론·평자들의 언급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다행인 것은 몇몇 평자와 기관의 움직임으로 이 영화가 알려지고 있다. 정성일 평론가가 “임권택의 모든 영화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영화 중의 한 편”이라 말한 바 있고 오늘 영자원에 온 유운성 평론가가 “제일 좋아하는 임권택 영화”라고 고백했다. 김홍준 원장은 필름 상영 관람 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신은실 평론가의 글이 KMDB에 올라와 있는데 이 글을 읽는다면 영자원에 상영 요청을 넣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괴질 시대의 고스트 러브 스토리로 읽었다. 영화는 친절한 편이 아니다. 걸인 무리와의 한판 놀이나 무당 굿 같은 장면은 쇼트도 길다. 영화 내내 죽음의 그림자로 가득하며 비통하다. 하지만 아름답다.
영화에서 주인공의 얼굴은 정말 중요하다. 한국 여배우 중에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조용원은 <흐르는 강물을 어찌 막으랴>에서 관객을 사로잡는다. 클로즈업으로 잡아둔 이유가 납득이 된다. 평생 결혼도 안 하시고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계시나요? ★★★★
*<흐르는 강물을 어찌 막으랴>의 원작은 <윤지경전(尹知敬傳)>이다.
*비디오테이프 출시됐다고 하여 찾아보았는데 중고가가 좀 비쌌다. 황학동 일대를 뒤져봐야 겠다.
아래는 <나비품에서 울었다> 스틸
#임권택감독 #나비품에서울었다 #흐르는강물을어찌막으랴 #윤지경전 #조용원 #조용원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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