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도시 탐방
도시 제목을 가진 영화를 중심으로
코로나 팬데믹. 여행을 떠나는 것도 영화관을 가는 것도 어려워 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행을 할 수 있고 영화를 볼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 KMDB VOD 서비스로 타임 슬립 하는 세계 도시 탐방.
왕십리(임권택, 1976년)
4개의 전철 노선이 지나가는 좋은 입지, 자랑할만한 IMAX 상영관을 보유한 왕십리. 살기 좋은 거주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과거 왕십리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임권택 감독의 1976년 작품인 <왕십리>는 과거의 왕십리가 어땠는지를 모두 담아 놓고 있다. 부동산 시세까지 알려줄 정도. 영화는 가난한 정희(김영애)를 사랑하던 준태(신성일)가 외국으로 떠났다가 14년 만에 정희를 찾아 왕십리로 돌아오고 고향인 왕십리에 남기로 결심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영화를 보고나면 왕십리역과 한양대학교를 비롯해 영화가 남겨 놓은 곳곳의 흔적을 찾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 타계한 이영애 배우와 신성일 배우가 무척이나 보고 싶을 것이다.
명동잔혹사(변장호, 최인현, 임권택, 1972년)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특구 명동. 조선시대에는 선비들의 주택가,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의 주거지였다. 상업지구로의 변모와 일본 야쿠자 영화 영향인지 당대 한국 액션영화에는 명동을 타이틀로 한 영화가 꽤 많다. 주성철 영화평론가에 의하면 고영남의 <명동44번지>(1965)와 <명동의 12 사나이>(1971), 김효천의 <명동출신>(1969), <명동노신사>(1970), <명동사나이와 남포동사나이>(1970), 김기덕의 <명동부르스>(1970) 등 당대 다찌마리 영화의 대부분은 종로가 아닌 명동 중심이었다고 한다.(보다 깊은 정보는 KMDB에서 주성철 <명동잔혹사> 글을 참고할 것)
총 3화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 <명동잔혹사>는 현 ‘ROYAL HOTEL SEOUL’(굳이 영문으로 표기한 이유를 현장에서 확인해 볼 것)로부터 시작해 이 장소로 돌아와 끝난다. 일제 때 명치정(明治町)이었다가 해방 후 명동으로 개칭하고, 한국전쟁을 겪어 변화하는 명동의 역사를 사나이의 활극을 통해 들여다본다. 올해 고인이 된 송재호 배우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다.
홀쭉이 뚱뚱이 논산 훈련소에 가다(김화랑, 1959년)
충남 논산에 위치한 육군훈련소를 말하는 논산 훈련소. 신병 양성 훈련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누구나 가는 곳이 아니기에 궁금하기는 하다. <홀쭉이 뚱뚱이 논산 훈련소에 가다>는 주인공 홀쭉이와 뚱뚱이가 이 논산 훈련소에 입소해 겪는 갖가지 사건들을 보여주는 난센스 코미디이다. 화제의 TV 예능 <진짜사나이>가 논산 육군훈련소에서의 병영체험을 다루고 있는데 영화와 닮은 구석이 많다. 세월이 흘러도 홀쭉이 뚱뚱이 같은 사람은 있기 마련이니까.
동경특파원(김수용, 1968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여행 가는 국가 1위는 일본이고 도시로는 동경이다. 당연히 동경에서 촬영한 한국영화가 있고 그중 <동경특파원>이 볼만하다. <동경특파원>은 동경 장면이 절반을 차지한다. 빼어난 로케이션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익숙한 일본의 도시 풍경이 컬러시네마스코프 속에서 살아있다. 김수용 감독은 드라마에 능한 장기를 살려 007 시리즈부터 알프레드 히치콕의 <해외 특파원>과 스탠리 도넌의 <샤레이드>를 경유하는 첩보물을 완성해 냈다.
베를린 리포트(박광수, 1991년)
독일과 한국은 민족 분단의 시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광수 감독의 1991년 작품 <베를린 리포트>는 세계 유일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는 실제 자료영상으로 시작해 통일 독일의 현장에서 분단의 아픔과 해외입양아 문제 그리고 변화하는 세상에서의 각종 사회문제를 야심차게 다룬다. 프랑스 파리(몽마르뜨 언덕, 노틀담 사원, 피갈)와 베를린(동베를린 알렉산드리아 거리, 베를린 장벽) 올 로케이션 작품인 만큼, 유럽 여행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는 해소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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