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7
일본인 아빠와 알제리계 프랑스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사와지리 에리카. 혼혈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지녔다. 외모에서 느껴지듯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사춘기 시절, 아빠와 오빠의 연이은 사망 뒤 그라비아 모델로 데뷔한 에리카는 귀족 외모와 고결한 이미지로 남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면서 빠르게 스타가 되었다.
사와지리 에리카는 제멋대로 살았다. 주변에서 뭐라 하던 저 하고 싶은 대로 살았다. 너무 예쁜 게 죄. 그럴 수밖에 없는 운명 아닌가. 22살 때 22세 연상과 결혼한 것도 크게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은 소속사 해고.
그래도 뭐 어떤가. 욕할 사람은 계속 욕하겠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계속 좋아할 것이다. 나는 사와지리 에리카의 도도함이 좋다. 스타란 손에 닿을 것만 같다가 절대 가까이 할 수 없는 존재란 걸 깨우쳐 줄 때 더욱 값어치가 있게 되는 것. 국내 방한해서 실물로 봤을 때 환상의 장막이 걷어져 잠깐 실망도 했었지만 이후 그녀의 출연작들을 만나면서 인정하고 싶어졌다. 사생활 따위 자기 인생이니까 괜히 팬들에게 사과할 필요 없다. 부디 굽히지 말고 이제껏 보여 온 대로 살아주길. 당신은 그게 매력이니까.
사와지리 에리카는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나고 연기력도 괜찮은 편이다. 이제까지 봤던 <박치기>(2004), <1리터의 눈물>(2005), <편지>(2006), <클로즈드 노트>(2007) 모두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수수하거나 착한 캐릭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잠깐 볼 수 있던 도회적인 모습에선, 사람 잡았다. 앞으론 팜므파탈적인 연기도 보고 싶다.
그건 그렇고 이젠 <냉정과 열정 사이>의 나카에 이사무가 야마다 에이미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슈가 앤 스파이스-풍미절가>(Sugar & Spice: Fumi Zekka, シュガ-&スパイス - 風味絶佳, 2006) 얘기. 여기선 에리카 양이 살짝 나쁜 여자 캐릭터를 선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화에 동화되어서 괜히 하는 소리. 사와지리 에리카는 나쁜 남자를 만나 상처 입은 후 다른 착한 남자를 만나 호감을 갖다가 그가 나쁜 남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떠나 버리는 여자를 연기했다. 구미호처럼 훌륭했다.
영화는 주제와 교훈을 이 두 대사로 정리한다. "터프와 다정함의 배분을 모르는 남자는 여자한테 버림받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 언젠가 사랑을 한다. 진정한 사랑을 한다."
여자는 다정다감하고 순수하기만 한 남자를 바라진 않는다. 뭔가 의지하고 기댈만한 남자를 원한다. 자신을 리드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종종 십대시절의 착한 남자는 자신의 첫사랑을 나이 많은 후발주자에게 빼앗기곤 한다. 그렇지만 실패를 했다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착한 남자는 또 사랑을 할 것이고 좀 더 남자다워 질 것이고, 진정한 사랑을 만날 것이다.
영화에서 쓴 첫사랑을 배우는 착한 남자, 야기라 유야는 참 괜찮은 남자다. 침묵할 때 굉장하더니(<아무도 모른다>) 미소 지을 때도 매력적이다. 그는 어느 새 성장하여 4살 연상의 누나 사와지리 에리카와 사랑을 하고 키스를 한다. 그러고 보니 영화에서처럼 19세인 야기라 유아군은 실제로 연상의 여자와 교제 중이며 곧 결혼 예정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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