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1일
대한극장에서 일반시사회로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다.
[Merry christmas! 책을 통해 지식과 사랑이 더욱 익어가기 바랍니다. 그대의 냉정 혹은 열정을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2001년 12월 23일. 영풍문고에서 함께 구입] - 내가 여자친구를 향해 표지 다음 장에 쓴 말.
[나의 열정이 그대의 냉정을 반격할 수 있길 바랍니다.] - 여자친구가 나를 향해 쓴 표지 다음 장에 쓴 말.
몇 해 전 여자친구와 함께 <냉정과 열정사이> 두 권을 구입해 바꿔 읽었다. 나는 남자가 쓴 Blu를, 여자친구는 여자가 쓴 Rosso를 먼저 보았다. 지금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고 있지만 쥰세이가 아오이를 잊지 못하듯 내 어찌 그녀를 잊을 수 있을까.
영화는 이러한 기억의 끝 무렵에 애잔하게 시작되었다. 상상으로만 펼쳤던 이탈리아의 도시가 나오고 쥰세이가, 아오이가, 마빈이, 다카시가, 메미가… 등장했다. 거부감 없이 그들은 책을 빠져나와 영상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었다. 좋은 캐스팅이다.
욕심 없는 연출 속의 눈물과 그리움이 잔뜩 묻어 있는 주인공의 일상은 너무도 애틋하였다. 엔야의 신비로운 노래가 들려올라치면 나의 가슴은 붕 떠올려 좀처럼 내려오질 않았다. 숨쉬기 힘들다. ‘아오이, 제발 쥰세이에게 거짓으로 말하고 행동하지 말아 줘.’ 영화를 보며 나는 마음의 외침으로 그녀에게 부탁했다.
“돌이킬 수 없다, 각자의 길을 가라”고 말하지 않고,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냉정과 열정사이>는 참사랑의 아름다운 순간을 보여준다. 그래서 마지막에 보여준 쥰세이와 아오이의 미소는 잊을 수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
다시 시작할까 생각했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은 아오이와 생일이 같은 나의 여자친구는, 최근 고맙게도 다음과 같은 문자를 마지막으로 보내주었다. […이제 정말 다신 연락하는 일 없을 거예요. 오빠 잘 지냈음 해요. 그리고 오빠 꿈대로 꼭 누구보다 잘 돼서 내가 꼭 후회하게 되었음 좋겠어요.] 그래 이젠 정말 안녕…. [★★★★]
2016년 9월 13일
<냉정과 열정사이>, KOFA. 13년만의 재관람. 다시 봐도 이렇게 두근거리고 눈물이 나는 걸 보면 너와의 추억이 특별했고, 냉정했던 날 많이 좋아해 주었던 네게 미안한 마음이 큰가봐. [★★★★] (가을공기를 너무 많이 마시고 영화관엘 들어간 거 같다)
냉정과 열정사이 (冷靜と情熱のあいだ, 2001)
2003년 10월 10일/ 15세 이상/ 118분 / 드라마, 멜로/ 일본
감독 : 나카에 이사무
출연 : 다케노우치 유타카(준세이), 진혜림(아오이), 시노하라 료코(메구미), 유스케 산타마리아
원작 : 에쿠니 카오리, 츠지 히토나리
제작 : 오타 토루
음악 : 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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