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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일기

원서동 투어와 올해의 작가상 2019

by 22세기소녀 2020. 2. 15.

2020년 1월 29일 수요일

아웃사이트에서 나와 M에게 다음 목적지인 원서동 가는 방법으로 버스와 도보 중 택하라고 했다. 걸었다. 따뜻한 겨울 날씨였다. M이 배가 고픈지 고구마를 먹겠냐고 했다. 그런데 핸드백에는 고구마가 없었다. 놓고 오신 모양. 마침 원서동 입구에 프릳츠가 있어 먹음직스럽고 예쁜 빵 두 개를 샀다.

원서동은 자취생인 M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동네였다. 특히 젊은 여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정겹고 아름답고 조용한 곳이다. 전망 좋은 방에선 창덕궁 후원(비원)이 보인다. 안개가 끼거나 비오는 모습을 창밖으로 내다볼 수 있다. 콜드플레이의 ‘Fix You’를 들으며 차를 마시거나 화초에 물을 줄 수 있다. 그렇다. 콜드플레이의 ‘Fix You’가 삽입된 <유열의 음악앨범>의 주요 장면 촬영지가 원서동이다. 원서동 빨래터에는 카세 료가 다녀가기도 했다.(홍상수 <자유의 언덕> 촬영지) 종로에서 살았을 때 종종 이곳으로 산책을 왔었다. 예쁜 여동생이 살고 있어 여름밤을 걷기도 했었다.

M과 프릳츠 빵을 먹으며 원서동 투어를 했다. 돈화문에서 시작해 프릳츠, 경추문을 지나 빨래터, 고희동가옥을 들른 후 빌라들이 밀집한 골목에서 잠시 길을 헤맨 후 계동으로 넘어갔다. 대동세무고등학교 입구에 있는 나만 알고 싶은 작고 예쁜 카페를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브레이크 타임이라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계동 왕짱구식당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가정식백반을 먹은 후(조금만 더 참고 걸어갔다면 ‘호랑이카레’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M이 사준 후식 아이스크림을 들고 국립현대미술관을 향했다. 허벅지가 아프기 시작했다. M은 끄떡없댄다.

고백하자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관람은 처음이다. 문화가 있는 날에 방문하여 무료 관람인 것은 좋았지만 마감 25분 전에 입장하는 바람에 충분히 둘러보지 못했다. 국현미 홈페이지에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은 밤 9시까지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분명히 보았는데, 과천관 얘기였다.

‘올해의 작가상 2019’(2019.10.12 - 2020.03.01)은 다행히도 많은 시간을 두고 관람할 전시는 아니었다. 작가(김아영, 박혜수, 이주요, 홍영인)가 주제/개념을 응축해 놓은 설치 작품을 통해 동시대의 이슈와 담론,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과 비전 등을 생각해 보고 이를 잘 챙겨서 전시장 밖으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M의 설명대로 작가의 기획적인 면을 살펴보는 것만도 좋을 자리라 하겠다. [★★★]

전시 투어 뒤풀이를 J감독과 그의 지인들(샌프란시스코에서 온 디자이너 둘)과 함께 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했지만 체부동잔치집의 막걸리, 파전, 들깨수제비, 골뱅이, 맥주와 함께 이야기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웹툰 쪽으로 넘쳐흘렀고, 넷플릭스를 가입하지 않고 웹툰을 보지 않는 나는 열심히 강추 작품을 메모해야 했다. 메모장에는 다음과 같은 단어가 저장되어 있다. <기묘한 이야기>(일드), <체르노빌>, <기기괴괴>, <닭강정>, <사채꾼 우시지마>, 벌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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