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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영화일기

[시간을 달리는 소녀] 오바야시 노부히코 극영화부터 호소다 마모루 애니까지

by 인생은 덕질 2016. 9. 13.

1999년 9월 19일

'켄신'을 무지 좋아한다는 얼굴 하얀 여자를 만났다. 그녀의 첫인상은 '서울서 전학 온 소녀'였다. 웬만하면 챙겨보고 싶은 오바야시 노부히코 영화를 문화학교 서울서 상영해, “언젠가 한 번 보자”는 말이 오늘 실현되었던 거다. 그녀는 천리안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이름으로 내가 대화방을 만들었을 때, 같은 시간을 달리던 소녀였다.


하라다 토모요


내가 오바야시 노부히코의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제 1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서 <내일>이란 영화를 보고부터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자연스레 지우고 그 공간에 추억할 것들을 안개처럼 흩뿌려놓았던 그의 영화는 아주 오래도록 가슴에 젖어있었다. 이후 3회, 같은 영화제서 <후타리>와 <바람의 노래를 듣고싶다>를 한꺼번에 소개받고 나는 여전히 수수하게 말을 거는 그의 영화가 맘에 들었다.


그런데 오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가상의 공간에 들어왔다가 나를 알게 된 소녀와 함께 본 <시간을 달리는 소녀>(The Girl Who Cut Time, 1983) 또한 풋풋한 미소를 짓게 하는 영화가 되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노부히코의 다른 작품들처럼 삶의 공간에서 또 다른 공간(죽음)을 건너가보는 형식의 판타지 영화다. <내일>에선 배사고로 죽은 가족과 애인들이 만나고, <후타리>에선 죽은 언니를 만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선 과거부터 잊지 못할 한 추억을 공유해온 친구인줄만 알았지만 실은 미래에서 온 사람을 만난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아 놓을 수 없는 아쉬운 만남이다. 보내기 싫지만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손놓아주어야 한다. 대신 그들은 영원히 추억하기로 한다.


너무나 유치해 오히려 귀여워 보이는 특수효과 속에서 사랑과 추억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노부히코의 영화는 사람들에게, 가끔 시간을 거슬러 가보라 말한다. [★★]



2013년 4월 6일

지금 나이가 몇인데 이상하게도 시험 보는 꿈을 꾸었고, 잘 풀리지 않는 문제에 조바심을 내다가 깼다. 토요일 오전 5시 45분.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잠을 영화로 깨기로 했다. 어차피 꿈이나 영화나 같은 것이니 악몽을 꾸느니 힐링을 하겠다면서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를 플레이 시켰다. 그런데 믿었던 한글자막이 없었다. 아쉬워하며 택한 다음 영화가 <시간을 달리는 소녀>(The Girl Who Leapt Through Time, 2006, 호소다 마모루). 수 년 전 보다가 멈췄던 영화를 타임리프(time leaf)하여 이여 붙여보기로 한다.



영화는 캐치볼 하는 야구장면으로 시작되었다. 아, 역시 무의식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마음이 있는 사람과 오늘 야구장을 가기로 했었는데 며칠 전부터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린대서 상심하던 나날이었다. 그 무의식이 영화로 옮겨와 지속되었다.



이어진 장면은 시험. 대단한 무의식이여. 보통 영화에 시험 보는 장면은 잘 안 나오잖아. 처음에 택했던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를 정상적으로 봤더라면 시험이며 야구장면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설마 그 장면들이 있나?)



어제 혹은 최근의 무의식이 연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오늘 영화처럼 고백의 순간도 올 것 같은데 그렇게 되려면 이따 야구경기가 열릴 수 있을 정도로 날이 기적적으로 좋아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만날 수 있고, 기분 좋게 야구를 보고, 고백의 순간도 올 수 있을 테니까. 타임슬립 하여 잠시 후의 미래를 갔다 와 볼 수는 없을까? 아무래도 사리사욕을 위한 타임리프는 결국 안 좋은 결과를 보이겠지?



쓰츠이 야스다카가 1965년에 쓴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리메이크 한 실사영화 두 편을 이미 본 상태에서 또 만난 애니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정서적으로 다가와 감동과 재미를 준 수작 애니메이션이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한국에서도 리메이크 해 볼 만한 아이템으로 보이며, 언젠가 영화제를 곁들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 페스티벌을 열어도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이 가랑비는 곧 멈춰줄까? 오려면 막 오던지.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



※덧붙이기

정말 끝내주는 더빙인 마코토 목소리는 나카 리이사가 담당했다. 그녀는 그 기운을 이어받아 2010년 리메이크 개봉된 <시간을 달리는 소녀> 실사판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연기도 끝내준다.



2016년 9월 13일

<시간을 달리는 소녀>, KOFA. 3년만의 재관람, 극장 첫관람.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했다. 더 열심히 영화를 보고, 더 예쁘게 연애해야지. [★★★☆]



<시간을 달리는 소녀>(Time Traveller: The Girl Who Leapt through Time, 2010), 나카 리이사



2020년 3월 5일 목요일

1. 오늘 아침 음악은 <時をかける少女>(시간을 달리는 소녀) OST(1994)와 이 영화의 주인공인 原田知世(하라다 토모요)의 음반 <時をかける少女>(2002).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오리지널 소설(1967)로부터 여러 리메이크가 존재하는데 내겐 1983년 오바야시 노부히코가 만든 최초 실사영화 버전이 각별하다.


영화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 영화를 봤던 공간(서울아트시네마 전신인 문화학교 서울)과 함께 영화를 봤던 사람, 그 당시의 시공간을 감싸던 공기는 잊히지 않는다.


옛날이 좋았다는 말을 공감하는 요즘이다. 순수했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추억을 먹고 사는 나이가 되었다.


*글을 다 쓰고 나서 원작자의 끔찍한 망언을 알게 되었다. 원작은 안 읽어봤다만 어떻게 같은 머리에서 너무나 다른 글과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음반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라 작성한 글은 그냥 올리기로 했다.


 

2. 어제 본 <내일도 분명 너를 사랑해>(후지TV 일본드라마 1부작, 2016)도 그러고 보니 타임루프이다. 니무라 사와가 일정한 시간을 계속해서 반복하게 되면서 본인의 성장과 사랑을 찾는 이야기인데, 니무라 사와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모태솔로들에겐 좀 고통스러운 작품이 될 것 같다. 나도 내게는 저런 일이 절대 일어날 일이 없다고 되뇌며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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