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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일기

봄소풍

by 22세기소녀 2022. 11. 1.

2011년 4월 23일

그와 그녀, 봄소풍 가다.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고 도착한 나와는 달리 그녀는 이미 옛 신촌기차역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풋풋하게. 예쁜 분홍 원피스를 입었고(내가 꽃무늬원피스에 꽂혔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 이번 소풍 때 보여주려고 새로 장만했다고 한다) 새로 염색한 머리에는 며칠 전 가로수길 데이트 때 내가 선물로 골라 준 검정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 처음 해봤다는 마스카라와 선홍색 매니큐어, 섹시한 하이힐과 민트색 스타킹도 예뻤다.

 

 

시샘 봄비로 인해 하루 연기해 떠난 그녀와의 첫 소풍지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좀 촌스러운 이름을 가졌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했기에 특별했다.

 

 

우린 스피커로 클래식이 흐르는 잔디밭 위에 서로의 안목으로 고른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았다. 주변에는 예쁜 아이가 아장아장 공놀이를 하고 있었고 프랑스 가족이 정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봄의 정취에 취하고 있는데 그녀가 잠시 눈을 감고 있어달라고 했다. '샌드위치를 준비했나보군. 감사히 맛있게 먹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그런데 서프라이즈가 있었다. 예쁜 주먹밥이 메인이란다. 언제 준비했지? 장도 같이 봤었는데…. 나름 그녀의 시나리오는 괜찮았다. 명화 속에나 나올 법한 식사를 하게 되다니, 감동이었다. 하나하나 정성과 취향으로 고른 그릇과 예쁜 과일, 나를 위한 김치 센스도 그녀를 사랑스럽게 보게 만들었다.

 

 

엑시무스와 폴라로이드카메라, 올림푸스펜과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며 사랑을 추억으로 저장했다. 늘 꿈꾸던 연인 소풍. 그녀 덕분에 현실이 되었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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