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독립영화비평상 선정 결과 및 심사평 발표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발간하는 비평 전문지 『독립영화』가 주관하는 ‘독립영화 비평상’ 제2회의 선정 결과를 발표합니다. 문서 비평 부문에서는 당선작이 없었고, 오디오비주얼필름크리틱 부문에서는 강소정 님의 <홍상수의 카메라>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하며, 2021년 2월에 있을 3회 때에는 두 부문 모두에서 당선작을 선정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선정작 <홍상수의 카메라>
심사평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주관하는 독립영화 비평(문자비평) 공모 부문의 2019년 응모작은 두 편이었다. 홍보가 원활하지 못했던 점이 예년보다 응모작이 감소한 주된 이유였던 것으로 짐작한다. 아쉬운 일이다. 올해 심사는 작년에 이어 송효정과 유운성 2인이 맡아 진행했다.
박동수의 장평 「기억의 조건(들)」은 1990년대 후반 무렵에 출생한 세대의 ‘기억의 조건(들)’을 이 세대에 속한 젊은 연출자들의 작품을 통해 짚어보는 글이다. 그는 이 세대를 디지털 매체가 전면화되기 이전 아날로그적 기록/기억을 통해 유년기를 우연적으로 재발견할 수 있었던 마지막 세대로 규정하며, 특히 비디오 캠코더를 통해 기록된 과거의 홈비디오 영상을 중요하게 활용하고 있는 최근의 작업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논리정연하고 정돈된 글쓰기가 장점인 글이지만, 오늘날 다큐멘터리의 특정한 경향에 대한 진단과 매체의 조건에 대한 논의는 있되 그것들의 정치적·사회적·미학적 가능성 혹은 가능한 저항의 방식에 대한 고찰이 결여된 점이 아쉬웠다. 또한, 개별 작품들에 대한 구체적 분석은 다소 피상적인 데서 그치고 있다. 이러한 아쉬움은 단평으로 제출한 박세영의 <캐쉬백>에 관한 글 「속도에서 튕겨져 나오다」를 통해 보완할 수 있었지만, 여기서도 유동적이고 속도에 내맡겨진 것으로 변한 자본이라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 특정 작품이 하나의 사례로서 호출되었다는 인상이 강했다.
이병현의 장평 「죽거나 혹은 눈길을 끌거나: <아워 바디>를 중심으로 청년 담론 재고하기」는 읽는 즐거움이 있는 글이다. 다만 청년 담론에 대한 비판적 논의에서 대항적 여성 담론에 대한 논의로 연결되는 과정이 헐겁게 진행되었고, 몇몇 용어의 부정확한 사용이나 인용 문헌에 대한 효과적인 정리가 결여된 점이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단숨에 쓰인 글처럼 보이는데 그 날렵함에 통찰이 얹히는 것을 보는 것은 흥미롭지만 글의 논리적 구조를 재차 정돈하는 퇴고의 과정이 좀 더 섬세했더라면 어떨까 싶다. 단평으로 제출한 <파란입이 달린 얼굴>에 관한 「미즈 맥베스의 비애극」과 관련해서도 유사한 지적이 가능할 것이다. 필자는 제목에서 제시한 ‘비애극(Trauerspiel)’이라는 벤야민적 개념이 왜 이 작품과 관련해 유효한지를 전혀 밝히고 있지 않으며 심지어 이 개념 자체에 대한 논의도 빠져 있다.
고민 끝에 심사위원들은 올해는 당선작을 내지 않는 쪽으로 결정하였다. 박동수와 이병현 두 분 모두 기대할 만한 필자라는 데는 동의했지만 앞서 지적한 아쉬운 부분들을 감안하고라도 당선작으로 뽑기에는 적어도 이번 글들은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응모해 주신 두 분께 죄송한 마음과 격려의 마음을 함께 전하고 싶다.
2020년 2월
심사위원 송효정, 유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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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독립영화 비평 오디오비주얼필름크리틱 부문 응모작은 5편이었다. 올해 심사는 변성찬과 이영진 2인이 맡아 진행했다.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오진우의 <이강현과 얼굴들>과 강소정의 <홍상수의 카메라>다. 두 편의 작품은 모두 특정 감독의 작품군을 관통하는 주제적, 소재적 모티브를 중심으로 한 감독의 작품세계를 살펴보는 작가론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한 대상이 된 작품들의 재구성(소주제에 따른 챕터별 재구성)을 하면서, 필요시 원 이미지를 변형시키거나 자막으로 응모자 자신의 말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비평적 개입을 하는 형식적 공통점도 지니고 있다. 단 오진우의 <이강현과 얼굴들>이 응모자 자신의 사적이거나 사회적인 자아로서의 고민과 감정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에세이적 자유로움을 조금 더 보여주고 있다면, 강소정의 <홍상수의 카메라>는 오로지 대상 자체에 집중하면서 좀 더 전통적인 작가론적 모티브 분석/해석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유사한 형식 속에서도 뚜렷한 개성(장단점)을 보여주고 있는 두 작품을 두고 고민과 숙고를 거듭한 뒤, 최종적으로 강소정의 <홍상수의 카메라>를 올해의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오진우의 <이강현과 얼굴들>은 흥미로운 전체적인 구성의 틀을 갖추고 있으며 때로 발견의 쾌감을 주는 비평적 통찰의 단서들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거칠고 산만한 단서들의 나열에 멈추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강소정의 <홍상수의 카메라>는 사진 이미지 또는 카메라가 등장하는 순간들을 중심으로 홍상수 감독의 14편의 작품들을 관통하면서, 그 장면들 사이의 의미론적 유사성과 일관성에 대한 비평적 해석을 보다 안정적이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이 작품은 홍상수 영화세계에 들어가는 새로운 입구 중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는 발견의 기쁨을 줌과 동시에, 그런 비평적 작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오디오비주얼필름크리틱이라는 형식이 얼마나 더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생산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끝으로 모든 응모자에게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하고 싶다. 동시에 이 새로운 형식의 비평이 자리 잡을 수 있는 플랫폼과 제도적 기반의 마련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확인하게 된다.
2020년 2월
심사위원 변성찬, 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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