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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Ireland

나의 첫 유럽여행, 아일랜드 8박9일의 기록 - 첫째날

영화, 아이돌, 미소녀 등 인생은 덕질 2014.04.05 10:36

2013.11.23

Prologue

늙어가며 가장 후회됐던 것이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대학생 때 유럽배낭여행을 떠나지 않았는가 였다. 직장을 다니고부터 돈이 있어도 짧은 휴가일정으로는 도저히 아시아 밖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사직서를 냈다. 수리되지 않았다. 대신 매월 자율 휴무 5일이라니 파격적인 혜택이 돌아왔다.

 

누이와 어머니의 응원

 

그래서 아일랜드로 떠났다. 그런데 왜 아일랜드인가?

 

아이리쉬 포테이토가 아일랜드의 유명한 음식이란 걸 뒤늦게 알고 여행 떠나기 며칠 전 맛봄(메가박스 백석)

 

첫 유럽여행이었으므로 일단, 이미 많은 사람이 다녀와 뒷북친다는 느낌을 주는 프랑스, 영국 같은 나라는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원스> <타마타마> 영화 촬영지를 꼭 가보고 싶었다.

 

아일랜드를 담을 필름과 필름통 속에 감춘 비상금

 

약 보름간 틈나는대로 일정을 짜고 관련 서적과 영화를 보는 등 여행계획을 세웠다. 아일랜드는 여행상품도 없었기에 비행기, 숙박, 현지교통편 등을 모두 스스로 알아내야 했다. 취합된 정보는 한글 문서로 도표를 만들어 언제든 꺼내볼 수 있게 간추려냈다. 최대한 국제 미아가 되어 나라망신 시키는 일이 없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배낭 하나만 매고 새벽 인천공항으로 떠났다.

 

하림의 뮤직비디오 '출국'을 연상시키는 공항 스틸. 그러고보니 나의 이번 여행은 하림의 아일랜드 여행으로부터 호기심이 생긴 것 같다.

 

인천공항(Incheon International Airport)

브리티쉬항공사(British Airways) 라운지는 비수기라 그런지 한산했다. 술렁임도 설렘을 감추는 것도 나 혼자뿐인 듯 했다. 동이 트고 비행기는 이륙했다. 12시간의 비행은 크게 지루하지 않았다. 기내식도 좋았고 창밖 러시아의 광활함을 보며 세계여행에 대한 상상을 연료 삼았기에 참을 수 있었다. 8시간의 시차(아직도 낮이다!)도 긴장한 때문인지 체력이 아직 쓸만한 것인지 잘 적응했다.

 

제복이 멋진 브리티시항공사(British Airways). 히드로공항

 

히드로공항(Heathrow Airport)

아일랜드는 직항이 없다. 그래서 영국을 경유해 가야만 했다. 그런데 비행기가 연착하는 일이 발생했다. 시작부터 꼬인다. 웨이팅 90분 정도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비행기가 1시간이나 연착하다니. 서둘러 커넥팅 수속(난 그냥 버스-지하철 환승하듯 갈아타면 되는 건줄 알았는데 출입국 절차를 또 받아야 하는 거였다)을 밟는데 영어도 안 되고 어디가 어딘지 몰랐다. 결국, 더블린행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다. 다행히 공항의 한국직원을 만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이렇게 반가울 수가. 당신은 천사가 아닌가요?) 다음 비행기 티켓을 끊고 비행기 연착에 대한 바우처(공항 내에서 1만원 정도 쓸 수 있는 쿠폰)도 받았다. 만약 운 좋게도 한국직원을 만나지 못했다면 난 아마 아일랜드행 비행기 티켓을 쩔쩔매며 다시 사고 있었겠지.

히드로공항은 작았다. 처음 와본 곳이라 새롭긴 했다. 엄청나게 큰 바케트샌드위치와 커피를 시켜 2시간을 넘게 보냈다. 아, 예약해둔 첫날 밤 숙소도 찾아야 하는데, 초조했다.

 

 

입출국심사

모든 게 쉽지가 않았다. 히드로에서 출국 수속을 밟는데, 뭔가 내 서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영국 입국 수속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는 것 같았다. 내가 아무 것도 몰라하자, 출국담당 직원은 나를 데리고 빠른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공항은 왜 이리도 넓은가. 어딘지도 모르는 비상구로 해서 돌고 돌았다. 그런 후 아까 입국신고서 쓴다고 쩔쩔 매던 심사대로 가서 확인을 다시 받은 후 몸수색을 또 받고(일 처리가 너~무 느리다) 풀었던 허리띠를 다시 차고 먼 길을 걸어 다시 출국 수속을 밟으려 줄을 섰다.(무슨 <런닝맨> 게임하는 것도 아니고) 아, 근데 갑자기 줄이 너무 길어졌다. 이대로라면 나는 또 비행기를 놓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임감 있는(!) 아까 그 직원은 나를 기다렸는지 확인하고는 앞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그렇게 나는 출국 수속을 안전히 마쳤고(여기서도 직원의 몸소 실천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공항에 갇힌 영화 <터미널>의 톰 행크스가 생각났다.) 걷고 또 걸어(왜 이렇게 커넥팅 구간이 기니? 브리티시항공도 인천에선 맨 끄트머리에 있더니 아일랜드행도 공항의 맨 끄트머리에 있었다) 아일랜드행 소형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더블린공항(Dublin Airport)

히드로에서 더블린까지는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5시에 도착해야 할 것을 7시가 넘어 도착하니 날이 아주 깜깜해져 있었다. 여긴 또 어딘가? 이번에도 공항 직원에 물어 더블린행 버스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수도 더블린에 숙소를 구했으면 큰 문제없이 짐을 풀 수 있었겠지만 B&B(Bed&Breakfast) 숙박을 해보겠다고 루칸(Lucan)이라는 낯선 동네에 민박을 예약해 둔 터라 앞길이 깜깜했다. 방황하다 다행히 루칸 행 버스를 탈 수 있는 곳은 찾아갔는데(버스를 타려고 줄을 선 미소녀에게 길을 물었으나 아주 친절하게 자기도 잘 모른다고 했다) 버스가 띄엄띄엄 있고 버스를 탄다 해도 왠지 이상한 곳에 불시착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택시를 타기로 결정했다. 아주 좋은 결정이었던 것이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멀리 갔고 밖은 점점 불빛이 희미해져 갔다. 다행히 택시 기사는 말없이 친절했고 내 숙소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숙소의 불을 이미 꺼져 있었다. 다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이메일로 받은 “너 진짜 묵을 거냐. 몇 시까지 오지 않으면 본인이 집에 없을 수도 있다”는 내용의 안내가 생각나서 나는 더 애절하게 문을 두드렸다. 스무 번쯤 노크를 했나? 핸섬한 중년 아저씨가 창 너머에서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뒷문으로 돌아오라는 소리를 나는 또 늦게 왔다고 안 재워 줄까봐 예약 종이를 꺼내 보이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그는 문을 열며 “예약한 거 나 다 안다. 저 쪽에 문이 있으니 그리로 오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더블린 외곽의 루칸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두 다리를 뻗을 수 있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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