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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영화일기

[만신] 무녀 김금화의 파란만장 인생사와 한국사 굿한판. 그리고 전승해야 할 종합예술로서의 굿

by 인생은 덕질 2014. 3. 30.

2014.3.22

메가박스 백석에서 <만신>을 보다.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2010)를 본 이후, 영화를 연출한 박찬경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이후 전시회를 통해서도 그의 작업을 접할 수 있었는데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의 작품은 다른 감독과는 달리 무속과 현대적 기술을 결합한 미디어아트로서의 속성이 있어 독특하고 좋았다. <파란만장>도 그렇다고 하지만 <만신>은 무속과 영상의 결합을 시도하는 그의 관심이 성공적으로 결합한 좋은 포트폴리오가 아닐까 싶다. 그가 인터뷰에서도 내비쳤지만 다음에는 무속이 세련되게 녹아든 극영화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장호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와 견줄만한 영화가 나오길 기도하겠다.)

 

 

<만신>은 지금은 중요무형문화재로 인정받은 무녀 김금화의 파란만장 인생사와 굴곡진 한국사를 씻김굿 하는 영화다. 그리고 전승해야 할 종합예술로서의 굿을 다루고 있다.

 

 

어릴 적 굿은 흔한 풍경이었다. 우리 집도 했었다. 기독교 몇 집만 빼고 길흉화복 조절을 위해 무당을 부르고 잔치가 벌어졌다. 그러나 어느 순간 미신이라는 의식과 함께 굿은 사라졌다.

 

 

기억 속의 굿은 무서웠지만 돌이켜 보니 좌중을 휘어잡는 강렬한 퍼포먼스와 스토리텔링이 있는 하나의 종합예술이었다. 영화를 연출한 박찬경이 짚어낸 부분도 바로 그 영화와 닮은 예술로서의 굿이다. 배우가 캐릭터를 입는 것을 ‘접신(接神)’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봐도 ‘영화는 굿’이다.

 

 

영화를 보면 굿은 한국의 굴곡진 역사의 상흔을 씻기며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해 왔다. 그럼에도 굿은 점점 ‘그런 것이 있었지’ 라는 과거가 되어가고 있다. 삶의 일부가 아닌 문화재로서 숨만 쉰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만신>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그 화려했던 굿 문화에 대한 그럴듯한 기록영상물이 없다는 사실이다. 최근에 본 사라폴리의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를 보면 사적 기록물의 풍부한 소스에 놀랐다. 그러나 <만신>은 의도에 의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굿에 관한 기록물이 풍부하지 못하며 상태도 좋지 않다. 뭔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질감이 느껴지는 풍부한 소스가 있었다면 대중적인 영화로써 더 기능하지 않았을까.

 

 

소스가 부족하다보니 영화는 재연극의 형식을 빌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재연이 너무 재연 같다. 만신 김금화를 연기한 세 여배우(김새론, 류현경, 문소리)는 이미지로써는 좋지만 굿을 재연하는 데 있어서는 우리가 경험상 알고 있는 굿과는 큰 이질감이 있었다. 물론 영화가 배우와 무당을 등가로 보고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에 아쉬움도 감수해야 하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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