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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창작

퇴근 무렵, 크리스마스 이브

by 인생은 덕질 2015. 12. 14.

퇴근 무렵, 크리스마스 이브

 

 

이종열

 

 

창을 통해 눈송이 몇 개가 날아들어왔다

퇴근을 준비하던 팀원들은 고개를 길게 뺀 채

신기한 듯 첫눈을 바라보고 있다

성탄절 카드를 돌리고 있던 막내 한미라씨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제 손톱끝을 보세요. 봉숭아물이에요」

 

팀원들은 외투를 챙겨입고 서둘러 퇴근을 한다

사무실은 돌아가야 할 집만큼이나 쓸쓸하다

눈덩이는 더욱 커져만 간다

 

그녀도 이젠 퇴근을 하려나 보다

손끝의 영화표 두 장이 더욱 떨리고 있다

오늘만큼은 용기를 내야한다. 하지만 나는 결국

쪽지밖에 쓸 수 없는 바보다

「저어, 감기약 사주세요」

콜록거리며 쪽지를 건넨다

 

그녀가 빙그레 웃는다

다가와 손을 내밀더니

캐롤 쏟아지는 거리로 이끈다

감기약 병뚜껑을 따 손에 쥐어준다

그녀의 맑은 눈을 바라보며

「사랑해요」라고 수화로 말한다

 

그녀는 또 빙그레 웃는다

가느다란 손으로 대답한다 「저두요

처음 본 순간부터」

 

그날 우리는 만화영화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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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자취방에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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